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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유영호 시인 수필] 나도 따뜻한 밥이 맛있다

아내는 식은 밥을 싫어한다. 그래서 한 여름에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바로 해서 따뜻한 밥을 먹는다. 그러나 난 남겨진 찬밥이 있으면 그 밥을 먹는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내게 따뜻한 밥이 있는데 왜 식은 밥을 먹으려고 하느냐며 바로 한 밥을 권한다.
 
나도 갓 지은 따뜻한 밥이 맛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찬밥을 내가 먹지 않으면 또 남겨져서 내일까지 가게 된다. 그 밥은 다시 데워서 먹기도 하지만 그렇게 찬밥신세로 머물다가 상해서 버려지게 될까 봐 그런 것이다.
 
쌀독에서 바가지 긁는 소리가 제일 무서웠던 아이의 머릿속에 깊게 새겨진 배고픔은 50년이 넘은 지금도 쌀 한 톨의 소중함을 기억하며 식은 밥이라고 차마 외면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주부 경력 40년이 넘은 아내가 살림을 헤프게 한다거나 밥의 양을 조절 못해서 찬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밥이 남게 되는 경우는 대부분 내가 갑자기 손님을 만나서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오거나 입맛이 없어 조금 먹게 되는 날에 남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 여름날, 남겨진 밥이 상해서 버려지는 것을 우연히 본 적이 있다. 나는 그렇게 버려진 밥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큼 먹어야 턱밑까지 차냐고 어머니에게 물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후로 난 식은 밥이 생기면 그 밥에 또다시 변고(?)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우선적으로 찬밥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아내는 진짜 내가 뜨거운 밥을 싫어해서 식은 밥을 먹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아내에게 난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찬밥을 먹다 보니 이제는 남겨진 밥은 항상 내 차례가 된다.
 
대한민국은 G20 국가가 된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아직도 한 끼 식사조차 녹록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다. 코로나19로 종교단체나 사회복지단체에서 해오던 무상급식이 줄어들면서 하루에 라면 한두 개로 연명하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그분들에게는 식은 밥 한 덩이가 목숨을 이어주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따뜻한 밥이나 식은 밥이나 먹으면 배가 부르고 또 뱃속에 들어가면 체온과 같은 온도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매 끼니마다 식은 밥이든 더운밥이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세상에는 정말 맛있는 음식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내게 주어지지 않은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무리 맛있고 비싼 산해진미도 내 입에 들어가야 맛을 느끼고 배도 부를 텐데 그렇지 않다면 내 입에 들어가는 식은 밥 한 덩이보다 나을게 없다.
 
젊은 시절 외국회사에 근무한 덕분에 참 많은 나라를 다니면서 음식을 먹어봤지만 일주일만 밥과 김치를 먹지 않으면 속이 니글거리고 왼 종일 밥과 김치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었다. 그런 상황에 놓인 한국인이라면 아마도 찬밥 더운밥을 가릴 이유가 없이 그냥 밥과 김치만 있으면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 것이다.
 
40년 넘게 열심히 땀 흘린 덕분에 지금은 쌀 떨어질 걱정이 없으니 배고플 일은 없다. 그래서 식은 밥 한 덩이쯤 상해서 버려진다고 해도 우리 집 경제가 휘둘리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난 버려지는 한 톨의 쌀알을 보면 어린 시절 춥고 배고프던 기억이 떠오르고 밥을 먹다가 한 톨이라도 흘리면 이 쌀이 농부들의 손길이 몇 번이나 가야 생산되는지 아느냐며 냉큼 주워 먹으라 시던 할머님의 말씀도 생각이 난다.
 
그래서 난 숟가락을 놓는 그 날까지 찬밥의 무사 안녕을 위해 아내에게는 찬밥을 좋아한다 하며 어제 먹다 남은 식은 밥이 있다면 그 밥은 또 내가 먹을 것이다. 

유영호 작가가 고인이 된 아내를 그리워하며 묶은 책 '당신은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입니다'(도서출판 미루나무) 中. 전국 온라인 서점 판매 중. 값 12,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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